'왜 넌 주방놀이를 안해?'라는 질문을 유치원의 또래 여아들에게 몇차례 받았던 모양입니다. 로하는 여자 아이들이 티니핑을 가지고 놀 때도 공룡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로 인해 또래 여자아이들의 모임에서 번번히 어울리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오히려 말이 느린 반친구가 공룡을 가지고 놀 때, 로하는 옆에서 공룡책을 읽어주며 같이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로하는 한마디로 공룡덕후입니다. 아이의 공룡사랑은 도서관에서는 더 빛을 발합니다.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공룡책을 읽거든요. 그런 로하의 취향에 맞춰, 어린이날을 맞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방문했습니다.
1.예민한 아이가 공룡에 몰입 할 때
지도를 읽고 분류 체계를 경험한다.
로하는 도서관에서 공룡책을 볼 때는 가장 첫 장의 지도를 먼저 집중해서 봅니다. "우리는 아시아에 살고 있어. 여긴 페퍼피그가 사는 유럽이고, 여긴 오세아니아야, 그리고 여긴 캐나다..그리고 이 공룡은...."등등 과거 공룡들이 살았던 곳의 궤적을 따라가기 시작하죠. 그리고 이내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차이와 특징에 대해 얘기하면서 책을 읽어 나갑니다.
단순히 이름만 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동안 공룡에 대한 데이터를 분류했던 모양입니다.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그저 뼈를 보았을 뿐인데도 공룡의 이름을 척척 읆어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말이죠.

아동 발달학 및 심리학 연구(인디애나 대학교와 위스콘신 대학교의 공동 연구 등)에 따르면, 유아기 시절 공룡과 같은 특정 주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극단적 몰입(Intense Interest)'은 아이의 두뇌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최고의 촉매제라고 했습니다. 또한 공룡에 대한 극단적 몰입은 아동의 정보 처리 능력(특히 공간-시각적 패턴 인지능력), 언어 습득 속도, 그리고 주의 집중력을 비약적으로 발달시킵니다.
* 참고: 미치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의 즐거움'
2. 공룡덕후들의 우연한 조우
국경을 초월한 소통의 현장이 되다
아이는 자연사박물관의 2층을 몇번이나 돌고 3층에 올라가서 다시 공중에 매달린 공룡의 뼈를 보고 다시 2층으로 내려와서 다른 시대별 공룡의 뼈와 화석을 보는등 부지럽히 움직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취향이 같은 한 남자아이와 동선이 겹쳤습니다. 이윽코 둘이 공룡의 이름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꽤 오랫동안 함께 어울려 놀더군요.
그렇게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알고보니 그 남자아이는 일본인 관광객이었습니다. 로하에게 남자아이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하자, 아이는 상대방의 국적이나 언어보다 '우리가 같은 공룡 덕후인가?'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상대를 인식한듯 보였습니다. 기질적으로 낯을 가리던 예민한 아이가 공룡이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얻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친절한 소통가로 변모했으니까요.


3. 최소, 유아 도슨트가 된 이유
일본인 아이에게 영어로 설명하는 만 4세
30분 넘게 공룡의 뼈를 함께 보고 이름을 줄줄 말하던 그 아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직후, 로하는 그때부터 영어로 공룡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도 수줍움이 많기로 유명했던 그 로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공룡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뿜뿜...흡사 도슨트와 같이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자연사박물관의 거대한 공룡 뼈는 로하와 일본인 친구를 잇는 '공동의 주의 집중 대상(Joint Attention)'이었습니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두 아이가 뼈를 바라보며 느낀 경외감은 국경을 초월한 즉각적인 연대감을 만들어냈으니까요. 로하는 '영어를 잘해야지'라는 의식은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공룡을 이 친구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차 보였습니다.

R.Song 인싸이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뽑낼 수 있도록' 독려해 주세요.


로하는 '자신은 공룡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엄마,아빠가 보다 자기가 제일 공룡에 대해서 잘 안다면서요.
아이는 이를 통해 '지식의 주도권'을 쥐는 경험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의 자아 존중감을 크게 높여주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만들어 줍니다. 그러니 아이의 덕후기질을 존중해주시고, 독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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